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는 줄어들까? 여성 치매와 수면, 뇌 노화를 늦추는 생활습관
서론|문득 보게 된 치매 이야기, 그런데 여성에게 더 많다고?
얼마 전 문득 TV를 보다가 치매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건강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참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귀에 들어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치매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남성 8.85%, 여성 9.57%로 여성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모든 연령에서 여성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65~79세에서는 남성의 유병률이 오히려 높았고, 80세 이상에서는 여성의 유병률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85세 이상에서는 남성 11.36%, 여성 28.34%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에게 치매가 더 많을까요?
흔히 여성의 평균수명이 더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폐경과 갱년기라는 큰 생리적 변화가 있습니다.
물론 “갱년기가 지나면 치매에 걸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치매는 나이, 심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운동 부족, 흡연, 음주,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이번 방송을 보면서 저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수면이었습니다.
본론 1|여성의 치매 위험, 갱년기 이후 무조건 높아지는 것일까?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유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 최신 전국 단위 치매역학조사를 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 유병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65~69세에서는 전체 치매 유병률이 4.99%였지만, 80~84세에는 15.57%, 85세 이상에서는 21.18%까지 증가했습니다. 특히 85세 이상 여성의 유병률은 28.34%였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 자체가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고령층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집니다.
따라서 “여성이기 때문에 치매에 걸린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성의 긴 수명 + 고령화 + 폐경 이후의 생리적 변화 + 혈관 건강 + 생활습관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서 갱년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여성호르몬 변화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중, 운동량, 수면까지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론 2|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잠잘 때도 TV를 켜놓는다
TV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수면과 뇌의 휴식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TV를 틀어놓거나 라디오를 켜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으면서 잠드는 것이죠.
“어차피 잠들었으니까 괜찮겠지.”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면 중에도 뇌가 주변 환경의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깊이 잠들어 있어도 외부 자극에 뇌가 어느 정도 반응할 수 있습니다.
특히 TV나 라디오처럼 사람의 말이 계속 이어지는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과는 다릅니다.
문장에는 의미가 있고, 목소리에는 억양과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TV나 라디오를 켜고 자는 것이 치매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알려진 연구만으로는 그렇게 단정할 근거가 부족합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과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단순히 전원을 끄는 것이 아닙니다.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을 다듬는 등 여러 중요한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뇌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운동이나 식습관뿐 아니라 수면이 빠지면 안 되는 것입니다.
본론 3|TV와 라디오 대신 백색소음은 어떨까?
그렇다면 잠들기 위해 반드시 아무 소리도 없어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완전히 조용한 환경보다 일정한 소리가 있는 환경에서 더 편안하게 잠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이야기되는 것이 백색소음(white noise)입니다.
백색소음은 특정한 말이나 음악처럼 의미가 있는 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가 일정하게 섞여 있는 소리입니다.
예를 들면 빗소리, 선풍기 소리처럼 일정하게 이어지는 배경음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백색소음의 장점으로는 주변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문 닫는 소리, 생활 소음 등을 덜 느끼도록 배경을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거론됩니다.
다만 여기에도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백색소음이 모든 사람의 수면을 개선한다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연구 결과는 서로 엇갈리고 있으며, 일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소리 때문에 수면이 방해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백색소음을 사용한다면 너무 큰 음량보다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낮은 수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밤새 반드시 틀어놓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잠들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잠드는 과정에서 활용해 보고 자신의 수면 상태가 좋아지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론 4|그러고 보니 신생아 때도 백색소음을 사용했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이가 잠을 잘 못 자던 시기에 백색소음을 틀어놓으면 신기하게도 잠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아기가 이 소리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색소음과 영아의 수면을 살펴본 연구들도 있습니다.
백색소음이 신생아가 잠드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방법이 연구 대상이 된 셈입니다.
물론 아기와 성인의 수면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효과가 성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말소리’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반복적인 환경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목소리처럼 계속 의미를 전달하는 소리와 일정하게 반복되는 배경음은 뇌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본론 5|그렇다면 뇌 노화를 늦추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뇌 노화를 관리하는 방법은 특별한 영양제 하나를 찾는 것보다 매일 반복하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에 가깝습니다.
① 걷기부터 시작하기
뇌 건강에서 운동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거창하게 매일 헬스장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걷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30분 정도 걷는 습관을 만들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식으로 생활 속 움직임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운동은 뇌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혈압, 혈당, 체중,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뇌 건강은 혈관 건강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② 새로운 것을 배우기
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바로 멈추는 기계가 아닙니다.
새로운 자극을 받을 때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변화시키는 뇌 가소성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었다고 공부를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배우거나 악기를 배우고, 외국어 단어를 외우거나 평소 사용하지 않던 길로 산책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조금은 생각해야 하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③ 사람과 대화하기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과 대화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뇌 활동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적절한 대답을 찾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친구와 산책하며 대화하는 것도 좋은 뇌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④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기
뇌는 우리 몸에서 혈액과 산소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곧 뇌 건강을 관리하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질환이 있다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으니까 괜찮겠지”라고 미루기보다 젊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⑤ 식사는 뇌에도 투자하는 마음으로
뇌에 좋은 음식 하나를 찾기보다는 전체적인 식사 패턴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생선 등을 적절하게 섭취하고 지나치게 가공된 음식과 과도한 당류,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향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한 가지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는 방식보다 다양한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⑥ 수면을 ‘남는 시간’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시간’으로 생각하기
저는 이번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 부분을 가장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TV를 켜놓고 잠드는 습관.
라디오에서 사람 목소리가 계속 나오도록 해놓는 습관.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
이런 행동을 무조건 치매와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면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하고,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일정한 취침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TV나 라디오 대신 완전히 조용한 환경을 선택해도 되고, 주변 소음 때문에 잠들기 어렵다면 낮은 음량의 백색소음이나 빗소리처럼 일정한 배경음을 활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장 편안하게 숙면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입니다.
본론 6|뇌를 위한 하루는 거창하지 않다
뇌 건강이라고 하면 왠지 어려운 퍼즐이나 두뇌훈련 게임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훨씬 단순한 것들이 중요합니다.
아침에 햇빛을 받고,
낮에는 몸을 움직이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것을 하나 배우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밤에는 충분히 잠을 자는 것.
이런 평범한 하루가 쌓이는 것이 결국 뇌 건강 관리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는 생각만 하기보다 몸과 마음, 수면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는 혼자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혈관과 심장, 근육, 수면, 스트레스, 사회적 활동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론|뇌도 나이를 먹지만, 생활까지 늙을 필요는 없다
이번에 치매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성의 치매 위험과 갱년기, 그리고 수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유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를 단순히 갱년기나 여성호르몬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조사에서도 고령으로 갈수록 치매 위험이 크게 증가했고, 특히 80세 이후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무엇을 하느냐일 것입니다.
매일 걷고,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균형 있게 먹고,
그리고 밤에는 뇌가 충분히 쉴 수 있는 수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TV나 라디오를 켜놓고 자는 습관이 곧 치매를 만든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잠을 잘 자기 위해 켜놓는 소리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완전한 정적이 편하다면 조용하게 자고,
주변 소음 때문에 잠이 깨는 사람이라면 낮은 음량의 백색소음을 활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문득 신생아 때 백색소음을 틀어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그저 아이가 잘 자서 사용했던 작은 생활 습관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사람에게 편안한 수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뇌세포가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뇌가 늙어가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습관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30분 걷는 것, 오늘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 오늘 새로운 것을 하나 배우는 것.
어쩌면 뇌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 이런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